배달 라이더가 솔직하게 말하는 반모 헬멧 장단점

원래 쓰던 헬멧은 빌트웰 보난자 하이바였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나름 오픈페이스 계열이라 답답함은 덜했는데, 문제는 한여름이었다. 헬멧 안에 내피가 있는 구조다 보니 땀이 그대로 흡수돼서, 하루 배달만 뛰어도 내피가 흠뻑 젖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게 매일 반복되니까 두피 쪽이 계속 습한 상태로 눌려 있는 셈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탈모가 눈에 띄게 심해지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여름철만큼은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시행착오, 자전거 헬멧을 써본 적도 있다

한동안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자전거 헬멧을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해서 반모 대신 써본 적도 있다. 확실히 가볍고 통풍도 잘 됐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배달 라이더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용(바이크용) 헬멧 착용이 의무이고 자전거 헬멧은 안전기준 자체가 달라서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적발되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애초에 오토바이 사고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게 아니라서 안전성 자체가 떨어진다. 그 뒤로는 자전거 헬멧은 완전히 접고, 정식으로 인증된 오토바이용 반모 헬멧으로 넘어갔다.

반모로 바꾸고 좋아진 점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역시 통풍이다. 얼굴과 정수리가 그대로 바람에 노출되다 보니 여름 땡볕 아래서도 확실히 시원하고, 내피가 땀에 절어서 눅눅해지는 문제 자체가 사라졌다. 탈모 걱정 때문에 바꾼 거였는데, 두피가 계속 습한 상태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드니 체감상으로도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게도 가벼워서 목이나 어깨 쪽 피로가 덜한 것도 여름철 장시간 운행에는 도움이 됐다. 여기에 쿠팡에서 판매하는 스쿠존 블루투스 이어폰을 같이 쓰면서 콜 알림을 놓치지 않게 된 것도 반모로 바꾼 뒤 따라온 부수적인 변화였다.

그만큼 확실한 단점, 안전성

다만 반모는 사고가 났을 때가 문제다. 얼굴 앞부분과 턱 쪽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서,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상황에서 이 부위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한 취재에서 배달 기사 178명 중 95명, 절반이 넘는 인원이 반모 헬멧 차림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반모 착용률 자체가 높은데, 오토바이 사고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가 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은 나도 매번 타면서 찜찜함이 남아 있다.

지금은 이렇게 타협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계절에 따라 헬멧을 바꿔 쓰는 방식으로 타협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한정으로만 정식 인증된 반모를 쓰고, 그 외 시즌에는 다시 빌트웰 보난자로 돌아간다. 여름이라고 매 순간 반모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장거리로 속도를 낼 일이 많거나 야간 운행이 잦은 날에는 여름에도 안전을 우선해서 기존 헬멧을 쓰는 편이다.

결론

반모 헬멧은 여름철 더위와 탈모 걱정을 확실히 줄여주는 대신, 사고 시 얼굴과 턱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가야 한다. 자전거 헬멧처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장비는 애초에 피하는 게 맞고, 정식 인증된 오토바이용 반모를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타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타협점인 것 같다. 매일 도로에 나가는 입장에서는 시원함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여름 땡볕 아래서는 계속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여름철 컨디션 관리는 헬멧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장시간 운행 후 피로를 줄이는 다른 방법들(→ 장시간 운행 후 피로 줄이는 방법)도 같이 챙기는 게 도움이 된다.

댓글 남기기